논리와궤변사이2008/05/02 02:21

사람은 누군가를 부르고 또 누군가에게 불리운다.
못하는 영어지만 쓰다보니 어색해서 영어를 빌어 조금 표현하면-
man calls sb and be called.
by just name, family name, nick name, Mr or Ms sth, status, relations, and whatever.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발을 내딛은 곳은 아직 많진 않지만,
내 어린(한국 나이 스물 둘이면 사회에서 상당히 어린 나이다)
나이에 비해 position이 결코 낮지만은 않은 조직이었다.

내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에서 일을 하면
실무에서 가까이 일해보진 않았지만 사무국장님을 굉장히 좋아한 이유는 호칭에 관한 것이었다.
그 분은 자신보다 나이 어리고 특별한 직책(팀장)이 없는 이들을 이름으로 부르셨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로 "윤미야"로 불렸다.
처음엔 좀 깜짝 놀랐다. 그래도 일하는 곳인데 자기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이름을 막부르나 싶었는데,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크지도 않은 조직에서 친밀감과 소속감을 주었다.

평범하게 지낸다면 친구들 혹은 선후배와 만날 어린 나이지만,
나는 일이라는 것을 하면서 "윤미씨"라고 불리는 일이 많았다.
동아리에서 회장을 하면서 나이가 같거나 나보다 많은 후배들에게 윤미씨, 윤미선배로 불리었고 후엔 조직위원장이었다.
위자드웍스에서는 규모가 커가면서(작년 12월 대대적 채용이 있었던 시기로, 나는 이 때를 첫 공개/공식채용이라고 생각한다) 운영팀장이 되었고 나보다 많게는 10살 가까이 차이나는 분께 "윤미씨"라고 불리었다.
피판에서도 역시 대부분(나중에 친해진 분들은 윤미야로 편히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윤미씨로 부르셨고, 나보다 나이 많은 자원활동가들 역시 윤미씨로 부를 수 밖에 없었다.
같은 상황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도 제약이 많았고 나 역시 그 부분에 조금은 익숙해져서 쉽게 호칭을 바꿀 수 없게 되어버렸다.

예전에 아일랜드에서 시연(김민정)이 강국(현빈)에게 했던 말 중에
"인간들 다 여우잖어, 비빌 구석은 본능으로 땡기나봐"라고 했던 것처럼 나도 용납이 되는 경우와 아닌 것 쯤은 구분 할 수 있어서 여자 선배들한테는 깍듯한 편이지만 남자 선배들에겐 좀 느슨하게 대한다.(그 정도가 좀 심하지만^0^;;)

같은 맥락에서 여자 선배들에게 살갑게 잘 하기 위해 "언니"하며 잘 따르는 편이다. 반대로 남자 선배들은 좀 편하고 여러가지 이유에서 특별히 미움이라는 것을 얻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막 대할 때가 참 많다. 그래서 주위에 나로 부터 남자 선배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 이름을 막 불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인용 비슷한 것을 붙이자면,
"남자들이 '오빠'라는 말에 죽는다"는 말들을 흔히 한다.
그래서 나는 "오빠"라는 말을 쉽게 쓰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장난삼아 "난 오빠답지 않은 사람한테 오빠라고 안해!"라고도 하고, "오빠가~"라며 본인 스스로를 지칭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편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 대해 나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다양한 부연을 먼저 꺼냈다.(topic이 이제야 나오려고 한다;; 참 서두는 호칭에 대한 설명과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주는 친밀감 부분) 조직 내 나의 위치, 남자 선배들에 대한 호칭 사용, 단어 '오빠'에 대한 나의 견해가 그것이다.
따라서 내 주위엔 오빠이지만 내게 오빠로 불리지 않는 이들이 꽤나 많이 있는데, 이것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동문회 오빠들도 나이 차이와 친밀감의 정도를 떠나서 누구나 다 '오빠'가 되었는데 처음엔 그게 어려워서 '선배'했었는데, 워낙에 우리 동문회가 친한 분위기고 모두 '오빠'하고 불러서 금방 고치게 되었다. 그런데 반대로 격식있는 조직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이 차이를 떠나서 참 '오빠'라는 호칭이 안나오고 여전히 '~씨'가 된다.

일하는 조직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조직에서 만난 사람들 보다 나이차가 적게 나도 뭔가 그렇지 않게 느껴진다.
위자드에서 만난 사람들의 경우, 나이차이가 두세살 밖에 안나는 데도 "~씨" 혹은 좀 친하고 재미있는 사람의 경우 반말과 함께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이 훨씬편하고 그들이 "오빠"가 되는 것이 별로 상상이 안된다.
피판의 경우 다들 너무 편한데도 나는 STAFF(영화제 직원)이었고 다른 분들은 VOLUNTEER(자원활동가)의 입장에서 만났기 때문에, 호칭을 바꾸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영화제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우리들의 만남에 있어서 우리의 position은 이전과 다른 것이다. 나는 이제 그들의 관리자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더이상 존칭을 들을 이유도 명분도 없고(굳이 명분을 찾고자 함이 결코 아닌 단순 상황 설명이다) 편하게 만날텐데 서로의 호칭을 바꾸는 게 참 쉽지 않다.
문득 내일(이제 오늘이 되어버렸지만) 친했던 사전자활 사람들과 모임이 있는데 우리의 관계의 변화(이렇게 쓰면 너무 그럴싸 하지만;;)에 따른 호칭과 존칭의 변화를 쉽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로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고칠 수 있을지, 그리고 나 외엔 서로 모두 편한 상태인데 내일 나 혼자 속으로 얼마나 난감해 하고 있을지-


2007.08.23


결국 소수의 몇몇 외에는 아직도 '윤미씨'라고 나를 부르며 존댓말로 대화한다.
내가 그 벽을 허물려고 노력했으나 반응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나조차 노력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다.

Posted by 캉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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