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하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1/20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
  2. 2008/07/02 사랑 후에 오는 것들
  3. 2008/05/23 무엇을 사랑했는가?
  4. 2008/05/09 자동응답기의 심리적 의의
관계하다2010/01/20 00:41


과거에
한 발을 담그고

또 다른 발은 현재를 딛고 있느라

지난 3년동안

좋은 인연을 많이 놓쳤지


- 행복한 프랑스 책방

 


오래 전에 교보문고에서 잠깐 뒤적이며 봤던 책인데,
눈에 띄는 구절이라 휴대폰에 저장을 해놨었다.
마치 내게, 과거를 되새기고 얽매이길 좋아하는 내게 하는 이야기 같아서
몇차례고 내 상황을 표현할 때 쓰려고 하다 못했었는데


좋은 인연,

내겐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소중하고
지금 보고 싶은 사람을 사랑하고싶다.

내게 미안하다는 말로 변명하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싫고,
나를 더 미안하게 만들며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것도 싫고,
지금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앞으로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싫다.

이 순간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지금 함께하는 게 정말 행복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존재를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
내가 만족하고 모든 순간을 감사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그런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다.


마음 속엔 엉겨버린 색깔이 다른 리본 뭉치가 가득 한 것 같다.
다양한 사람과의 인연을 마음에 품고,
또 그 사람에게 여러 감정을 뒤섞여 가지고 있듯이.

그런데 그만, 너무 지저분해서 정리하고 싶을 때
한꺼번에 분류하려고하는 것보단 먼저 삐져나온 가닥을 천천히 잡아 빼면서 뒤엉킨 것을 풀면,
전체에서 그 한 색깔 리본이 깔끔하게 빠져나온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쓸 수 있도록 보관 할 수 있게 정리된다.

스스로의 감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조바심 내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온전히 하나의 감정을 쏟아내면
그 감정이 얼마나 컸는지, 정리가 될 수 있는지 가늠하게 된다.

빨리 깨끗하게 풀어내 버리려고 하면
더 지저분해지고 확 잡아당기다가 끊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좋았던 감정, 나빴던 기억까지 정리하면
어떤 감정이 더 큰지, 지금 이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나머지를 깔끔히 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 깔끔히 정리된 그 마음은
다음에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에도 상처나지 않은 채로
새롭게 매듭을, 리본을 묶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제까지 나는 그 중 제일 빛나는 색을 끄집어 내면서
상처도 내고, 조바심도 냈지만
마음 가는 대로 쭉 잡아당겼더니
결국 생각보다 짧았던 그 리본이 다 풀려나왔다.
덕분에 오늘은 남은 것들을 더 쉽게 더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서 다 풀어낸 리본은 깔끔히 정리되어
나를 복잡하게 하지도 않고, 언제든 꺼내 보고 싶을 때 예쁘게 볼 수 있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또 좋은 인연이 오면 그 때 다시 온전한 채로 쓰이겠지.


Posted by 캉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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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하다2008/07/02 16:03

사랑 후에 오는 것들

2005년 한일 우호의 해를 기념해 두 나라의 대표적인 작가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여자 주인공 최홍(베니)과 준고(윤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먼 하늘 가까운 바다"라는 제목의 한일 공동 소설로 2005년 10월부터 두 달여간 한겨레에 연재 되었다.

연애 소설을 싫어하고 책읽는 속도도 느린 나지만 둘의 재회에서 부터 시작해 그들의 과거의 만남과 추억, 헤어짐과 오해를 풀어가면서 결말로 다가가는 구조에 빠져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츠지 히토나리 편이 좀 더 자세하게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공지영은 최홍의 감정에 대해 많이 담고 있어서 공지영 편을 먼저 읽고 좀 더 궁금증과 설렘을 안은 채 츠지히토나리 편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 둔 것도 공지영 편이 더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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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인 구절
; 공지영, 최홍, 베니

누가 무어라 하든 말든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기적도 있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정말 있으며,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풍요로운 우주의 선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열렬하고 턱없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그가 걸어오고 있었다. 마치 벚꽃이 날리던 그 봄날에 성큼성큼 걸어와 떨어진 소년 인형을 주워 주던 그 모습 그대로. 아니, 그 모습 그대로라는 말이 과연 합당할까. 형편없이 말랐던 그때보다 살이 조금 올라 있었고 얼굴은 조금 까칠해져 있었다.

그 옛날 내게 했듯이 가끔 멈추어 서서 부드러운 눈길로 얼굴을 바라보며, 네 빛나는 눈이 참 예뻐, 하고 말하겠지. 어처구니없게도 그때처럼 가슴이 아파 왔다. 그때 나는 그의 곁에 있는 모든 여자를 질투했었다. 칸나라는 여자는 물론이고, 그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까지. 공원을 걷다가 그가 일으켜 세워주었던, 넘어진 열 살짜리 꼬마 아이까지. 그게 누구든 그가 나 이외의 모든 여자에게는 찡그린 표정만 보여주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게 터무니 있든 없든 그랬다. 나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었다. 가끔 그의 손이 내가 살고 잇는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면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잠들고 싶었다.

‘말이야. 두꺼비집이 닫히는 것처럼. 물기 묻은 전원에 스위치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것처럼. 사랑 같은 거. 호감 같은 거. 느끼려는 순간 철컥 하고 스위치가 내려져.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야. 그런데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아. 감정이 암전된 것만 같아.’

담담하고 당당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나는 더 이상 입을 열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지난 칠 년을,.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내려앉았던 빨간 심장을 다 토해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하느님은 내게 그런 우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꽃이 다 지도록 나는 그를 만나지 못하고 호숫가 벤치에 앉아 혼자서 그것을 다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멀리서 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가방에 있던 인형을 꺼내 주었던 것은, 내 손에 더 이상 따뜻한 크로켓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연습해 두었던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그는 그 인형을 받아 들고 나를 향해 웃었다. 나도 웃었다. 말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베니, 네 얼굴은 늘 이상한 생기로 가득 차 있어. 일이 힘들어지면 나는 늘 네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빛을 기억해.”
그건 준고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이가 든 필자 선생님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었다.
“최홍 씨는 가끔 참 어두워, 세상을 다 살아 버린 사람 같아.”
그때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
“선생님에게는 독한 추억이 있나요?”
나는 조금 술에 취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시비 걸듯이 대꾸할 수가 없었을 테니까.
“아무리 몸을 씻어도 아무리 딴 생각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취기 같은, 그런 독한 기억이 있느냐고요?”

“사람이 사는데, 꼭 나쁘다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더구나 누구를 사랑하는데. 그건 말이야, 그거 과거의 일일 뿐이야. 되돌릴 수도 없는 거. 그냥 오늘을 살고 내일을 바라보고 그러는 게 좋지 않겠니?”

민준이 소주잔을 입에 가져가려다가 가볍게 웃었다.
“내가 언제 못하게 했어, 먹으면서 천천히 하라고 했지. 말할 시간은 많을 거야. 그러다 보면 그 말을 하는 동안, 네가 말하는 그 감정이라는 것도 변해 가.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네가 왜 그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게 되고, 감정은 변하는 거니까. 그건 고마운 거야. 변하니까 우린 사는거야.”

어렸을 때 읽은 동화에 그런 말이 나왔었다. 꿈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마음껏 이 세상을 떠돈다고, 만일 당신이 꿈속에서 누군가와 만났다면 그건 그 사람의 영혼도 밤새 당신을 만난 거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어제 준고의 영혼도 나와 함께 이노카시라 공원 근처에 있었던 것일까.
세상에서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것은 흘러간 강물과 지나간 시간과 떠나간 마음이라는데, 밤마다 내 영혼만 호숫가를 서성이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라렸다.

“바보같이 넘어지기나 하고.”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그러자 눈가에서 미지근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얼른 훔쳐냈는데 또 나왔다. 나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두 팔에 얼굴을 묻었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마음씨 좋은 산책객이 내가 넘어지는 꼴을 보았는지 내게 다가와 괜찮으냐고 물었다. 다이조부? 하고 묻던 그의 일본어가 그리로 겹쳐졌다. 넘쳐흐르는 눈물이 내 팔뚝을 금방 적시는 것을 느끼며 내가 대답했다..
“괜찮지 않아요. 아파요…… 많이 아파요.”

“언니 나머지 하나는 내가 말해 줄게. 두려워하지 마. 설사 여기서 다시 영영 이별을 하더라도. 언니가 하고 싶은 말을 해. 언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나 아직 사는 게 뭔지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해놓고 하는 후회보다 하지 못해서 하는 후회가 더 크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마음을 움직인 구절
; 츠지 히토나리, 준고, 윤오


그때를 생각하면 마치 색 바랜 청춘의 낙서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홍이와의 추억은 생생하고 쓰라리며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들 뿐이다. 같은 시간이 거기에도 흘렀으나, 이쪽은 마르지 않는 수맥을 더듬어 가듯 살아 있는 기억들뿐이다. 앨범 속의 오래된 사진이 아닌 지금도 퇴색하지 않고 움직이는 필름과 같은 선명한 영상이다.

"한국은 바로 지척, 바다만 건너면 되는 곳이에요. 마음만 있으면 금방에라도 갈 수 있는 곳이죠. 문제는 준고 씨와 홍이 씨 마음이 솔직하게 만날 수 있는 순간을 찾는 것뿐이죠. 젊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단 하나, 바로 용기에요."
시즈코는 지나간 날들의 빛을 바라보듯,
"내게는 그게 부족했어요. 내게 용기가 있었다면 내 마음을 최한 씨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덧붙였다.

시간이 정지된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태에서 우리 둘은 마주하고 있따. 위도 아래도 빛도 소리도 없으며, 거리도 높이도 없는 시공간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다가오려하는지, 멀어지려 하는지조차 알 수 가 없다.
우리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별의 파편이다. 원래는 하나였던 별의 파편. 중력에 끌려가며 다음 순간, 빅뱅의 예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파편. 홍이는 나를, 나는 홍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베니
그가 기억하든 안 하든 그건 상관없었다. 내가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야, 라고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때 오징어볶음으로 젓가락을 뻗던 준고가 멈칫했다. 내 가슴이 그의 손동작에 따라 함께 멈칫했다. 우리의 추억이, 우리가 함께 했던 날들이, 우리의 이 이상한 마주침이 함께 멈칫했다. 어쩌면 그때 자전하던 지구도 멈칫하는 것처럼 현기증이 일었다.
‘끝난 거야. 그건 한때였던 거라고.’
나는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고맙습니다. 실은……. 예전에 정말 좋아했던 한국 여자가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그녀의 고독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지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가 멈칫한 채로 고개를 들었다.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슬픈 눈빛이었다. 베니, 오해를 풀고 싶다, 라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
그의 슬픈 눈빛이 서른 살이 되도록 차가운 북극의 바다를 떠돌다 온 빙하처럼 내게 와서 박혔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말, 과거형도 함께 그 빙하를 타고 있었다. 좋아했던, 좋아했던, 예전에, 그러니까 청춘의 어느 한때…… 그 예전에 라는 단어가, 이 자리에서 그가 손을 내밀면 그게 북극이든 남극이든 그가 내미는 손을 잡고 어디로든 가고 싶어하는 터무니없는 내 망상을 잠재워 주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선생님의 사랑이 거짓이었다는 거군요.”
꼭 그렇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 입은 마치 그와 헤어지던 그날처럼 가시 돋친 말들을 내 뱉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했다. 그래 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의 선한 눈동자에 내가 비수를 꽂는다면 그런 비명이 소리없이 흘러나올 것이라는 것을 나는 순간 느꼈다. 일본 영화에서 보았던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찌르는 사무라이의 심정을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윤오
접시에 담긴 음식을 본 적이 있다. 그건 홍이가 기치조지 내 아파트에서 몇 번이나 만들어 준 적이 있는 오징어볶음이다.
최한이 홍이를 나무랐다. 늦게 온 데다 새삼스럽게 음식을 시키면 어떻게 하냐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제가 먹겠습니다.”
홍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나를 위해 오징어볶음을 만들었을 때였다. 마음처럼 되지 않았는지 시무룩해 있던 홍이는 언젠가 준고 생일에 정말 맛있는 오징어볶음을 먹게 해줄게, 하고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내 서른 번째 생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홍이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렸다. 음식으로 젓가락을 가져간다. 홍이가 만든 음식을 먹는 것 같아 나도 몰래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고마워요.”
복받쳐 오는 기쁨이 눈물이 되어 흐르지 않도록 꾹 참으며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실은……. 예전에 정말 좋아했던 한국 여자가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그녀의 고독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지요.”
아버지가 곁에서 홍이의 얼굴을 살폈다. 홍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서로의 눈동자 깊은 곳에 차마 다 숨기지 못하고 쌓아 둔 거짓을 찾아내고 만다.
홍이가 입을 열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선생님의 사랑이 거짓이었다는 거군요.”
최한이 묵묵히 술잔을 비우더니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나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죠. 사사에 선생, 그렇죠? 당신은 분명히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홍이가 시선을 피했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갑자기 홍이가 일어나더니 저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최한이 딸을 바라보며 뭐냐, 아직 십오 분도 채 안 됐잖아, 하고 나무란다.
“전부터 있었던 약속이에요. 사사에 선생님, 먼저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잘 부탁드려요.”
가위로 가슴 한쪽을 잘라 낸 것 같은 아픔이 남았다. 홍이는 내게 희미하나마 희망을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 희망이 채 부풀기 전에 다시 떠나려고 한다. 그렇다. 그녀의 약혼자 곁으로. 그의 프로포즈를 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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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하다2008/05/23 15:50
성인이 된 후로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둘 있었다.
단순히 호감을 가지고 줄 다리기를 하거나 몇 번 만난 그런 관계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했던 것 같다.
그 두 사람에게는 깊은 공통점이 있었다. 신상의 특징에 관한 그런 것보다 내가 가진 의미 부분에서.
  • 첫 눈에 반한 사랑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 사람에게 가졌던 첫 느낌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가까워졌고 그 과정에서 특정 부분의 매력이나 장점에 반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모든 면을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각각 특정 조직에서 사람이었는데 일에서 지쳤을 때 내게 큰 힘이 되었고, 정말 힘들 때는 내가 그 일을 하는 유일한 낙으로 생각했다.
  • 꽤나 오랜 기간 1년 정도와 그 이상? 좋아했고 그래서 습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하지만 슬프고 안타깝게도 짝사랑으로 끝났다.
  •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표현 한번 해보지 못했다.
  • 나와 서로 알게 되기 전부터 여자친구가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감정 관계는 일방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interaction 없는 관계가 어찌 지속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진심으로 그 둘을 좋아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와 만날 일도 연락할 일도 없고 내게 말도 안 시키고 내 행동을 모두 무시했다면 나의 호감도 어느 선에서 사그라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둘은 의도하지 않았든, 가식이었든 모르지만 진심으로 내가 힘들 때 힘이 되었고 따뜻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빌미로 혹은 함께 속한 단체 모두를 위한다는 빌미로 뭔가를 준비하기도 하곤 했지만 직접적으로, 개인적으로 호감을 표현하긴 어려웠다. 따로 연락하고 생각날 때 문자 한번 보내고 하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겁이 나서 어느 정도의 선 이상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백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지만, 그들에겐 나와 알기 전부터 있던 여자친구 때문이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고?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내겐 단순히 내가 그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욕심이 나서 그들의 여자친구로 부터 빼앗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들이 욕 먹을 만한 여지를 내가 주게 될 까봐 싫었다. 그들은 정말 순수하게 아는 여자로서 나와 관계를 이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 혼자 단순한 호감을 착각해 그들에게 고백을 했다면 그들은 평소에 행실이 어땠길래 그런 오해를 사고 다니냐고 욕 먹을 것이다. 만약 그들 역시 내게 호감이 있어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랑 잘 됐다면? 그렇다면 남의 남친 빼앗은 나는 천하의 나쁜년이 되는 건 당연하고 그들 역시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난 것처럼 매도 당했을 것이다.
내가 욕 먹는 건 괜찮다. 사람 감정에 솔직한 게 뭐가 되겠으며 그 정도 욕 먹고 그 사람이 내 사람이 된다면 까짓 욕 정도 십년이라도 먹겠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니니까.
나보다 그 사람을 더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욕 먹을 게 싫어서, 그리고 나의 감정을 고백함으로 인해 우리의 관계에 전에 없던 장벽이 생길 것이 두려워서 나는 좋다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이야기인데 이틀 연속 과음을 했더니 취했었나보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듣던 오빠 두 명이 그건 '내가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말 너무너무 사랑하면 타인의 시선 따위 무슨 상관이냐고. 여자친구가 있더라도 빼앗고 싶은 게 정상이라고.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단순히 나만 생각한다면 뺏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빠들은 내가 바보라고, 그들을 덜 사랑했다고, 너무 착하다고 했다.
그렇게 술 마시고 이야기 한 다음날이 되고, 그 다음날이 되고,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사랑한 것일까?'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을 사랑했던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고 가슴 설레는 그 감정을 사랑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 '사랑'이 더 아름답게(마치 흔해빠진 연애소설처럼) 사랑하지만 보낸다느니 내가 포기하고 희생한다느니 말도 안되는 이유였던 것 같다.


이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글의 마무리가 잘 되지 않고 생각도 정리가 안 되고 시험기간도 겹쳐서 거의 한 달이 지난 지금에야 마무리를 짓는다.


얼마전 친구가 호감(그 이상)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할 때 그 답답한 마음을 해결해 주고 싶어서 했던 말이 있다.

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난 여자친구 있는 사람도 좋아했었는 걸. 그냥 내가 갖지 못할 걸 알면서도 좋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물론 힘들 수도 있지만 그냥 그 감정 소중히 생각해.
나는 그사람 좋아하면서 힘들었지만 또 나 힘들 때 그사람이 위로도 됐고 생각하면서 힘내기도 했고. 같이 즐거웠던 것도 추억하게 되고. 오히려 이 악물게도 되고.
니가 먼저 연락한다고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고 싶어서 연락하는 건지 이성적으로 관심있어서 하는 건지 어떻게 알아. 하고 싶으면 연락해! 먼저 연락한다면 이성적인 관계에서 니 매력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냥 인연이 끝나진 않겠지.
걔가 연락이 없으면 너 공부하라고 연락 안하는 거다. 니가 먼저 연락하게 만들려고 안하는 거다 생각해.
그 사람이랑 잘 안 되면 올해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액땜했다 치고.
그 사람이랑 잘 되면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고 운수 대통이겠구나 생각해.
그리고 내 말도 듣지 말고 니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사랑을 사랑한 것도 아니고 나를 너무 사랑했다고.
자기애가 강해서 그 사람들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상황을 정당화 하고, 내 부족한 용기를 더 고차원적인 사랑인냥 포장하고 , 내 멋대로 시작하고 해석하고 마침표 찍고.


그 사람, 사랑 자체, 나 자신
모두를 사랑했지만 그 크기가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가장 사랑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내 판단의 오류일 수도 있고 크기의 차이는 나 자신도 모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금씩 사람들과 만나며 사랑하며 그리고 삶 속에서 긍정적인 내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

 

Posted by 캉짱
TAG 관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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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하다2008/05/09 02:44
[꿈과 똑같이] 주체의 무의식을 파악하는 왕도인 자동응답 전화기의 엄청난 심리적 의의를 프로이트가 연구하지 못한 것은 오직 연대기적 불일치 때문에 생겨난 사고였다.
자동 응답기의 구조상 주인이 전화가 걸려 온 소식을 접하는 순서는,
먼저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알고[LED에 숫자가 나타나니까] 그런 다음에야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아는 것이다.
설계상의 특성에 따라, 전화가 왔다는 흥분과 전화 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는 사이에는 중요한 간격이 생겼다-환상을 자극하고 형성할 시간이 생기는 셈이었다.
그 시간에는 누가 전화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전화했으면 하고 바랐는가 하는 속내가 드러났다. 누군가를 생각했다가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므로, 응답기 주인은 자신이 특정한 사람을 마음속에 꽂아두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LED의 불빛이 밝고 희망차게 4라는 숫자를 깜빡이면, 자동응답기 실수는 여지없이 누구의 전화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내 버렸다. 응답기 주인은 [허겁지겁 재생 단추를 누르면서] 바라던 그 사람이 드디어 전화했다는 생각이 밀려드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앨리스가 자동 응답기의 LED 창을 보고, 집을 비운 사이 필립이 전화했다고 해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이것은 라플랑슈와 퐁탈리스가 '욕망이 성취되었다고 상상하는 심리적 각본'이라고 정의한 전형적인 소원 성취 형태였다. 1998, J.Laplanche, J.Pontalis, Teh Language og Psychoanalysis

우리는 사랑일까? (The Romantic Moment) - Alain de Botton 中 '진실의 층위'


최근 읽은 알랭드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정곡을 찌르던 부분 중 하나.
우리나라는 IT·통신 기술 발달과 휴대폰 보급화로 많은 자동응답 전화기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부재중 전화를 통해 같은 심리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위의 책 내용에서와 같이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메시지를 남겼을 '누군가'를 떠올려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드러나는 것 외에 비슷한 상황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

i) 멀리서 전화벨이 울릴 때 '누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가지러 달려간다.
ii) 호감있는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엔 작은 스침이나 떨림을 진동으로 착각한다.
iii) 여러 사람과 동시에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메시지 도착 알림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iv) 한참 자고 일어난 후 휴대폰에 떠있는 부재중 전화 (*)통 표시에 누군가를 떠올린다.
v) 영화를 보고 나온 후 휴대폰을 켜면서 캐치콜(콜키퍼)이 누구로부터 와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시험 공부를 할 때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무의식 중에 누군가가 생각나고 공부하는 노트에 꼭 그 사람 이름이나 관련 내용으로 낙서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다. 마치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 초현실주의자들이 개발(?)한 방법 중 하나인 자동기술법처럼.
어쨌든 자기도 100% 확신할 수 없는 스스로의 마음을 이렇게 한 번 비춰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답니다.


 
Posted by 캉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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