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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3 무엇을 사랑했는가?
관계하다2008/05/23 15:50
성인이 된 후로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둘 있었다.
단순히 호감을 가지고 줄 다리기를 하거나 몇 번 만난 그런 관계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했던 것 같다.
그 두 사람에게는 깊은 공통점이 있었다. 신상의 특징에 관한 그런 것보다 내가 가진 의미 부분에서.
  • 첫 눈에 반한 사랑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 사람에게 가졌던 첫 느낌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가까워졌고 그 과정에서 특정 부분의 매력이나 장점에 반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모든 면을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각각 특정 조직에서 사람이었는데 일에서 지쳤을 때 내게 큰 힘이 되었고, 정말 힘들 때는 내가 그 일을 하는 유일한 낙으로 생각했다.
  • 꽤나 오랜 기간 1년 정도와 그 이상? 좋아했고 그래서 습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하지만 슬프고 안타깝게도 짝사랑으로 끝났다.
  •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표현 한번 해보지 못했다.
  • 나와 서로 알게 되기 전부터 여자친구가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감정 관계는 일방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interaction 없는 관계가 어찌 지속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진심으로 그 둘을 좋아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와 만날 일도 연락할 일도 없고 내게 말도 안 시키고 내 행동을 모두 무시했다면 나의 호감도 어느 선에서 사그라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둘은 의도하지 않았든, 가식이었든 모르지만 진심으로 내가 힘들 때 힘이 되었고 따뜻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빌미로 혹은 함께 속한 단체 모두를 위한다는 빌미로 뭔가를 준비하기도 하곤 했지만 직접적으로, 개인적으로 호감을 표현하긴 어려웠다. 따로 연락하고 생각날 때 문자 한번 보내고 하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겁이 나서 어느 정도의 선 이상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백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지만, 그들에겐 나와 알기 전부터 있던 여자친구 때문이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고?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내겐 단순히 내가 그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욕심이 나서 그들의 여자친구로 부터 빼앗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들이 욕 먹을 만한 여지를 내가 주게 될 까봐 싫었다. 그들은 정말 순수하게 아는 여자로서 나와 관계를 이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 혼자 단순한 호감을 착각해 그들에게 고백을 했다면 그들은 평소에 행실이 어땠길래 그런 오해를 사고 다니냐고 욕 먹을 것이다. 만약 그들 역시 내게 호감이 있어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랑 잘 됐다면? 그렇다면 남의 남친 빼앗은 나는 천하의 나쁜년이 되는 건 당연하고 그들 역시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난 것처럼 매도 당했을 것이다.
내가 욕 먹는 건 괜찮다. 사람 감정에 솔직한 게 뭐가 되겠으며 그 정도 욕 먹고 그 사람이 내 사람이 된다면 까짓 욕 정도 십년이라도 먹겠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아니니까.
나보다 그 사람을 더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욕 먹을 게 싫어서, 그리고 나의 감정을 고백함으로 인해 우리의 관계에 전에 없던 장벽이 생길 것이 두려워서 나는 좋다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다.


얼마전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이야기인데 이틀 연속 과음을 했더니 취했었나보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듣던 오빠 두 명이 그건 '내가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말 너무너무 사랑하면 타인의 시선 따위 무슨 상관이냐고. 여자친구가 있더라도 빼앗고 싶은 게 정상이라고.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단순히 나만 생각한다면 뺏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빠들은 내가 바보라고, 그들을 덜 사랑했다고, 너무 착하다고 했다.
그렇게 술 마시고 이야기 한 다음날이 되고, 그 다음날이 되고,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사랑한 것일까?'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을 사랑했던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고 가슴 설레는 그 감정을 사랑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그 '사랑'이 더 아름답게(마치 흔해빠진 연애소설처럼) 사랑하지만 보낸다느니 내가 포기하고 희생한다느니 말도 안되는 이유였던 것 같다.


이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글의 마무리가 잘 되지 않고 생각도 정리가 안 되고 시험기간도 겹쳐서 거의 한 달이 지난 지금에야 마무리를 짓는다.


얼마전 친구가 호감(그 이상)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할 때 그 답답한 마음을 해결해 주고 싶어서 했던 말이 있다.

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난 여자친구 있는 사람도 좋아했었는 걸. 그냥 내가 갖지 못할 걸 알면서도 좋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물론 힘들 수도 있지만 그냥 그 감정 소중히 생각해.
나는 그사람 좋아하면서 힘들었지만 또 나 힘들 때 그사람이 위로도 됐고 생각하면서 힘내기도 했고. 같이 즐거웠던 것도 추억하게 되고. 오히려 이 악물게도 되고.
니가 먼저 연락한다고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고 싶어서 연락하는 건지 이성적으로 관심있어서 하는 건지 어떻게 알아. 하고 싶으면 연락해! 먼저 연락한다면 이성적인 관계에서 니 매력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냥 인연이 끝나진 않겠지.
걔가 연락이 없으면 너 공부하라고 연락 안하는 거다. 니가 먼저 연락하게 만들려고 안하는 거다 생각해.
그 사람이랑 잘 안 되면 올해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액땜했다 치고.
그 사람이랑 잘 되면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고 운수 대통이겠구나 생각해.
그리고 내 말도 듣지 말고 니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사랑을 사랑한 것도 아니고 나를 너무 사랑했다고.
자기애가 강해서 그 사람들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상황을 정당화 하고, 내 부족한 용기를 더 고차원적인 사랑인냥 포장하고 , 내 멋대로 시작하고 해석하고 마침표 찍고.


그 사람, 사랑 자체, 나 자신
모두를 사랑했지만 그 크기가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가장 사랑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내 판단의 오류일 수도 있고 크기의 차이는 나 자신도 모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금씩 사람들과 만나며 사랑하며 그리고 삶 속에서 긍정적인 내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

 

Posted by 캉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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