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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5 긍정질문과 부정질문 (5)
논리와궤변사이2008/04/25 23:49
나는 통계치를 많이 믿지 않는다.
대부분의 통계가 신뢰도 90%이상을 내세우며 그 결과를 보여주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설문조사의 경우 그 모집단에 따라 답변의 차이가 확연할 것이다. 물론 모집단을 다양한 집단에서 추출하고 그 수도 충분히 많게 하겠지만 나는 그들이 보여주는 신뢰도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또한 설문조사의 경우 그 질문 방법에 따라 답변이 결정될 수 있다.
원하는 답이 뻔히 보이는 질문이나 긍정하지 않기 어려운 질문이 있단 말이다. 지금 쉽게 예가 생각은 안나지만; 그런게 참 많다(아 나의 무식함ㅠ_ㅠ).
인적성검사를 할 때도 모호한 질문으로 B에 대해 긍정이 가지 않지만 A를 강하게 부정하므로 찍어야 되는 경우도 있고 지금 대충 가까이 있는 SSAT 책에서 하나 찾아보자면
A. 자신은 이유만 늘어놓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B. 자신은 활동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참나,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도 B를 찍게 되어있다. 게다가 이 것은 입사 시험 아닌가 -_-;;

또 비슷한 게 하나 생각났다. 심리테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질문으로
Q: 당신이 열중해서 일하고 있을 때 친구 찾아와서 말을 시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A①: 집중된 업무를 방해하므로 짜증이 난다.
A②: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도 아니,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라 급히 일하고 있고 마침 집중이 잘 된 상태라면 1번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더라도 2번을 찍을까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심리테스트 목적이 <당신의 악마도 측정>과 같은식으로 나와있다면 신경써서 답을 고르게 되므로, 낮은 악마도가 나오길 원한다면 의식적으로 2번 답안을 찍게 된다.

경찰이 심문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 범죄를 저질렀습니까?"라고 물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그 사람이 실제 범죄자라도 "아니오" "난 억울합니다" 끝까지 잡아 땔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 범죄 저지른 것 맞잖아. 이미 목격자가 나왔어"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잡아 떼다가 시인하고 어떻게든 형량을 낮추려고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것이다. CSI를 보면 이런 것을 유도하는 질문을 자주 볼 수 있다.

오늘 여성병원에 갔었다.
산부인과와 거의 같은 병원이다. 스물 세살 한국 여성이 스스로 산부인과에 다녀왔다고 하면 놀랄 사람이 적잖게 많겠지만 질병 예방차원에서 병원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가거나 작은 이상이 있을 때 일찍 찾아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 지향되어야 할 일이다. 어쨌든, 초진이라 접수를 하고 상담을 받고 의사를 배정받아 진료를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상담을 하면서 간호사(maybe)가 이것 저것 물었다.
어떤 이유로 방문했는지, 처음인지, 알러지나 최근 외과 수술한 것이 있는지, 최근 월경일과 주기가 규칙적인지,
그리고 성관계 경험을 물었다.
그런데 답할 때 잠시 한 0.5초 쯤 지체했다. 그 질문은 내가 생각했던 꽉 막힌 사회 통념에서부터 내원 환자를 보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 만으로 스물 하나인 미혼에 산부인과에 처음 방문하는 나에게
"관계 경험 있으세요?" "경험 없으시죠?" 가 아니라
"관계 경험 있으시죠?" 였다.

최근에는 성관계에 대한 의식이 그나마 좀 오픈된 편이기도 하고 연령층도 어려지고 있고 게다가 그 곳은 흔히 생각하기에 경험자가 많이 찾을 법한 '산부인과'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내가 느낄 때 그 미묘한 질문의 어감 차이는 환자를 존중하고 솔직한 답을 유도할 수 있었다.
"경험 없으시죠?"라고 질문을 했는데 만약 경험이 있다면, "아니요"라는 답을 하면서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고 진료에 별 지장 없겠지 하고 그냥 "네"하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난 이 쪽 지식은 없지만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질문에 내포된 긍/부정적 의미가 답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오늘 또 다시 확인하면서 말의 조심성과 중립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여성병원에 가보는 새로운 경험도 해봤고. 다행이 몸에 아무 이상도 없었고 내시경도 한 번 안해봤는데 초음파라는 신기한 것도 해봤고 기념으로 사진도 받아왔다. 진료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받은 느낌이 참 좋았다. 요즘은 정말 병원도 서비스를 중시하니 좋다. 아무튼 6개월 후에 또 검진 받으러 가야겠다.ㅎㅎ

Posted by 캉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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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읽고 있으니 어째 저도 함 다녀와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ㅡㅡ;; 그르나 게을러 터져서;; 음냐;;

    2008/04/26 10:32 [ ADDR : EDIT/ DEL : REPLY ]
    • 왠지 다녀오니까 괜히 건강한 느낌이 들어요 푸후흡;;;

      2008/04/27 01:29 [ ADDR : EDIT/ DEL ]
  2. 비밀댓글 입니다

    2008/04/28 13:26 [ ADDR : EDIT/ DEL : REPLY ]
  3. 바람직하시네요. 제가 어렸을땐 왠지 두려움에 발길을 하기 어려웠는데, 요새 병원도 그 말한마디 뉘앙스하나 섬세하게 배려해야한다고 할까요?? 여튼 다녀온 후 건강해진 느낌이라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2008/04/28 19:2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