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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09 자동응답기의 심리적 의의
관계하다2008/05/09 02:44
[꿈과 똑같이] 주체의 무의식을 파악하는 왕도인 자동응답 전화기의 엄청난 심리적 의의를 프로이트가 연구하지 못한 것은 오직 연대기적 불일치 때문에 생겨난 사고였다.
자동 응답기의 구조상 주인이 전화가 걸려 온 소식을 접하는 순서는,
먼저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알고[LED에 숫자가 나타나니까] 그런 다음에야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아는 것이다.
설계상의 특성에 따라, 전화가 왔다는 흥분과 전화 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는 사이에는 중요한 간격이 생겼다-환상을 자극하고 형성할 시간이 생기는 셈이었다.
그 시간에는 누가 전화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전화했으면 하고 바랐는가 하는 속내가 드러났다. 누군가를 생각했다가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므로, 응답기 주인은 자신이 특정한 사람을 마음속에 꽂아두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LED의 불빛이 밝고 희망차게 4라는 숫자를 깜빡이면, 자동응답기 실수는 여지없이 누구의 전화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내 버렸다. 응답기 주인은 [허겁지겁 재생 단추를 누르면서] 바라던 그 사람이 드디어 전화했다는 생각이 밀려드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앨리스가 자동 응답기의 LED 창을 보고, 집을 비운 사이 필립이 전화했다고 해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이것은 라플랑슈와 퐁탈리스가 '욕망이 성취되었다고 상상하는 심리적 각본'이라고 정의한 전형적인 소원 성취 형태였다. 1998, J.Laplanche, J.Pontalis, Teh Language og Psychoanalysis

우리는 사랑일까? (The Romantic Moment) - Alain de Botton 中 '진실의 층위'


최근 읽은 알랭드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정곡을 찌르던 부분 중 하나.
우리나라는 IT·통신 기술 발달과 휴대폰 보급화로 많은 자동응답 전화기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부재중 전화를 통해 같은 심리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위의 책 내용에서와 같이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메시지를 남겼을 '누군가'를 떠올려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드러나는 것 외에 비슷한 상황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

i) 멀리서 전화벨이 울릴 때 '누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가지러 달려간다.
ii) 호감있는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엔 작은 스침이나 떨림을 진동으로 착각한다.
iii) 여러 사람과 동시에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메시지 도착 알림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iv) 한참 자고 일어난 후 휴대폰에 떠있는 부재중 전화 (*)통 표시에 누군가를 떠올린다.
v) 영화를 보고 나온 후 휴대폰을 켜면서 캐치콜(콜키퍼)이 누구로부터 와있기를 기대한다.

나는 시험 공부를 할 때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무의식 중에 누군가가 생각나고 공부하는 노트에 꼭 그 사람 이름이나 관련 내용으로 낙서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다. 마치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 초현실주의자들이 개발(?)한 방법 중 하나인 자동기술법처럼.
어쨌든 자기도 100% 확신할 수 없는 스스로의 마음을 이렇게 한 번 비춰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답니다.


 
Posted by 캉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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